Are you alright, m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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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ing fantasy

나의 삶에서, 20대를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삶의 방식을 꼽으라면 아마도 환상 깨기(breaking fantasy)일 것이다.

10대에는 소설과 만화, 영화에 영향받아 마음껏 상상하고 환상을 품고 환타지를 만들었다면, 20대의 삶은 그야말로 현실에 부딪히기, 부딪혀서 환상을 깨기로 점철된 시절인 셈이다.

판타지는 약한 것이라고, 온실속의 화초같고 현실파악 못하는 철부지 어리석음이라고. 현실에서 살아남고 이루는 것이야 말로 진짜 성숙하고 어른다운 것, 우월한 것이라고. 이러한 믿음은 꽤 희망적이었던 10대와는 달리, 몸으로 부딪히며 현실의 벽을 깨달아가던 20대에 영상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자료를 모으고, 상상하고 시각적으로 구체화 시키는 작업들은 즐거웠다. 하지만 그 다음 그것을 현실화하는 작업은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웠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부터 사람을 찾고 팀을 조직하고 없는 예산을 만들어내고 만든 예산을 줄이고, 장비를 빌리고, 도움을 요청하고, 사람한테 매달리고, 변수를 예상하고, 조정하고, 하나 해결하면 또 하나 생기는 문제를 계속 처리하고… 상상을 현실로 가져오기까지 의지할 데 없이 모든걸 혼자서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현실화 한다는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구나.’ 프로듀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할수있는 사람이 얼마나 없느지 알게되었다. 상상의 힘을 믿던 소년은 어느새 현실의 벽의 높이를 재면서 현실의 힘이 상상의 힘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어른으로 변해있었다.

이 ‘매우 현실적인’ 어른은 어느덧 책을 거의 안읽고, 음악도 예전처럼 찾아듣지 않고, 영화도 힘에 겨워 거의 끊다시피 하며, 상상을 나약한 것으로 치부하는 콘텐트 크리에이터가 되어있었다.

이러한 데에는 상상력만 풍부한 허풍선이 같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은 원래 싫어하는 것을 보고 반대로 행동하려는 습성이 있다. 나 역시도 특히 심해서 흉내쟁이들이나 화려함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무척 경멸하였다. 예를들면 패션업계 사람들을 유난히 멀리한다거나…

하지만 그러는 와중 나는 지나치게 현실적이 되어버렸고, 안그래도 생각이 많던 나인데 현실적인 걱정들로부터 도무지 탈출할 수 없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러한 걱정들과 무기력감은 나의 모티베이션을 빼앗았고, 어느새 내 머리속의 상상력을 완전히 죽여버렸다.

하지만 남들 보기야 어떻든, 결국 훌륭한 작품들은 이러한 판타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작가들은 이러한 판타지를 꾸준히 간직하고 마음속에 키우고 보호하고 그걸 다듬어서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나도 그걸 알고는 있었지만, 내 마음속의 환상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고 노력은 했지만 결국 현실의 매서운 바람에 꺼뜨리게 되었다. 과연 내가 이 불을 다시 지필 수 있을까?

아 원래 이 글은 이런 글이 아니었다. 어떻게 환상깨기를 시도했었는지, 왜 그게 중요하게 여겼고 그래서 기대를 덜하는 나의 성격까지 도달했는지를 서술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군 제대후인 25살 이후부터는 꾸준히 몸으로 직접 경험해보려고 했었다. 좋아헀던 음악을 직접 배워본다거나, 환상을 품었던 대만으로 여행을 직접 가본다거나, 외국에서 살아보기, 좋아하는 도시인 타이페이에 직접 살면서 중국어를 배워본다거나, 지금 영국에 공부하러 온 것, 환상을 가졌던 곳으로의 여행, 외국어로 논문을 쓰고, 학위를 따고, 일을 하는 것도 다 이러한 환상깨기의 연장선상이다.

“Been There, Done that.”

환상은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험을 통해서 비로서 충족되거나 해소, 해갈 될 수 있다. 실현보다는 경험에 가까운 것으로, 시도하지 않고 오래 계속될수록 그 환상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환상은 현실보다 무척이나 과장되고 극도로 이상화된 경우가 많고, 현실은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나 멘탈이 약하고 감수성이 풍부했던 젊은 나는 이러한 환상이나 기대가 깨짐으로 인해 받는 충격과 상처가 무척이나 쓰라렸다. 만약에 내가 어찌해볼 수 있는 것이라면 위에 쓴것처럼 기꺼이 도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사람의 마음이라거나, 관계, 연애에 있어서는 상처를 덜 받기 위해서는 기대를 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 편이 나았다. 그래서인지 보통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서 첫눈에 빠진다 하여도 기대를 접고 시작했다. 그래야만 나중에 잘 안됐을 때 덜 실망하거나 상처를 덜 받는다. 그리고 대부분 그렇다.

그렇다고 내가 노력을 안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번 자보려고 하는건 노력으로 된다 쳐도 사람을 좋아해서 사귀는건 노력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노력으로 된다면 그것은 억지이고 속이는 것이고 결국 오래갈 수 없는 것이다. 다만 호감을 위해 노력을 하되, 상대를 배려하고, 절대로 강요하지 않는 것. 이러한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덜 적극적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적극이 강압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때문에 나는 관계의 진척에 있어서 하나씩 쌓아갈 시간이 필요한데, 반대로 내가 적극의 대상이 될 경우, 그러한 빠른 접근은 상당히 기피하게 된다. 감정이 전혀 없는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아주 확 빠져드는 경우도 아닌담에야 (물론 이경우는 꽤 위험하긴 하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질 시간이 필요한데, 아무튼! 이러한 경험들로 인해 나는 기대를 안하게 되었고, 이제는 상당한 현실적인 감각이 있다고 자부한다. 문제는 이때문에 연애를 못하고 있다는 것.

연애를 못한다고 투덜대려는게 아니라. 그냥 두렵다. 애초에 기대를 안하고 점점 허무함과 무기력감만 심해져가는 나의 삶이…

Istanbul – Turkish Airline

개인적으로는, 두번이나 방문했었던 이스탄불의 곳곳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있어 무척 반갑다.

 

Live Unbound

Vimeo Pick을 둘러보다가 재미있는 영상을 발견했다. 내가 생각하는 퍼스널 스토리텔링형 필름인데, 구성도 구성이지만 영상미와 여기에 썩 걸맞는 훌륭한 음악이 사로잡았다. 좀 더 살펴보니 이러한 도전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조인트 창작그룹 같았다. 추후 더 살펴보기로 한다.

http://weliveunbound.com/

 

Visa Sponsorship for Tier 5

얼마전 지원했던 한 회사로부터 갑자기 전화했다. 지난번 담당자가 모션그래픽 부분에 대한 포폴을 요구하길래 보내줬었는데 며칠 지나서 연락이 온 것이다. 부재중이어서 연락이 늦어 미안하다며 대화를 하던 초반부터 비자때문에 벽에 막혔다. 그들은 최소 6개월은 생각하고 있었단다. 2-3개월은 너무 짧은 것이었다. 아무튼 이야기하던 도중에 ISAC(?)이라는 다른 Tier 5 비자스폰서 프로그램을 언급하면서 귀뜸을 해주었다. 그동안 비자법은 어느정도 알고있었지만 그래서 또 찾아봤다.

학생비자 Tier 4에서 전환가능한 비자스폰을 받을 수 있는 비자는 Tier 2와 Tier 5가 있다. 이중 Tier 2는 permanent(정규직)이고, Tier 5는 1-2년짜리 단기 취업스폰비자이다. 지난번에 알아본 바로, 이 비자를 위해서는 해당 회사(스폰서)가 스폰서로 가입이 되어있어야 한다. (가입절차와 비용은 어쨋든 회사입장에서는 귀찮은 것이다.) 현재 이 스폰서로 등록된 업체들의 목록은 다음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473991/2015-11-05_Tier_25_Register_of_Sponsors.pdf

Screen Shot 2015-11-06 at 12.34.11

참고로, 비자법에 관련된 항목은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www.gov.uk/tier-5-government-authorised-exchange/overview

Video로 검색하니 총 9개 업체가 뜬다. 이중 8개가 비디오 테크놀로지 혹은 광고 에이전시이고, 단 1군데 프로덕션이 있는데, J Nandha Photo & Video Ltd Leicester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http://www.jnandha.com)라는 아시아(인도)계 웨딩 포토&비디오 제작업체다. – 인도도 참 결혼식이 화려한 나라다. 돈도 많이 쓰고.. 유럽에서 아시아는 주로 인도를 말한다. 이는 인도계 인구분포가 제일 많아서 인데, 중국인들도 많지만 중국인들은 그냥 차이니즈로 따로 분류한다. 한국인은 Asian – the other background에 속한다. – 이 특수성 때문에 비자 스폰서로 등록했나 보다.

다음은 Film으로 검색하니 꽤 많은 58개 검색결과가 나온다. 이중 첫번째로 찾은 Academy Films Lt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http://www.academyfilms.com)은 들어가보니 얼마전 지원한, 그리고 어제 발견한 Net-A-Porter그룹의 새 광고를 찍은 업체다. 엄청난 퀄리티. 채널4 작업등을 하는 메이저 업체니 언감생심.

Light Brigade Films Lt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http://www.lightbrigadefilms.com

Lionheart Films Lt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http://www.asdlionheart.com

Look Films Limited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홈페이지 찾을 수 없음)

Madam Films Lt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http://www.madebymadam.com

MOFILM LTD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https://www.mofilm.com 필름메이커 파인더 서비스

Molinare TV & Film Limited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http://molinare.co.uk

Nice Shirt Films Lt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http://niceshirtfilms.com

Pelicula Films Limited Glasgow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Peninsula Films Limited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Pulse Films Lt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Raindance Film Partnership LLP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RSA Films Limite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http://www.rsafilms.com

RSJ FilmsUK Ltd Salford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Ruby Films Lt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Smith and Jones Films Lt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TAKE 2 FILM HOLDINGS LTD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 Tier 2 (A rating) Intra Company Transfers (ICT)

The Annex (Films) Limited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The Bare Film Co Lt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The Bureau Film Company Limite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The Gate Films Limited Manchester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THE MUSTARD FILM COMPANY LT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The Sweetshop Films Lt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Thomas Thomas Films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mpany Limited London Tier 2 (A rating) Intra Company Transfers (ICT) /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Ventrue Filmworks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Warp Films Limited Sheffield South Yorkshire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Working Title Films Limited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Zontul Films Limited Banbury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Pictures로 검색하니 16건

Adventure Pictures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http://www.mediaparents.co.uk/companies/1085/adventure-pictures

Clear Cut Pictures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http://www.clearcut.cc

COLUMBIA PICTURES CORPORATION LIMITED London Tier 2 (A rating) Intra Company Transfers (ICT)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Connected Pictures Limite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FOUR: EX PICTURES LTD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 읭 페컴? 뭔가 영세해보임. 홈피없음

Jellyfish Pictures Ltd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Tier 2 (A rating) Intra Company Transfers (ICT)

Making Pictures Limited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Moxie Pictures LLP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http://www.moxiepictures.com

Nevill Keating Pictures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Paramount Pictures International Limited London Tier 2 (A rating) Intra Company Transfers (ICT) /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Park Pictures LLP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Passion Pictures Limited London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Protagonist Pictures Ltd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Rocket Pictures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Soda Pictures Ltd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Zooid Pictures LTD London Tier 2 (A rating) Tier 2 General

Adventure Pictures London Tier 5 (A rating) Creative & Sporting

다 솎아내진 않았지만 약 70여개 업체 정도는 비자 스폰을 지원하는 걸로 나타났다. 그럼 이 회사들 중 인력구하는 데를 찾는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문제는 어떻게 찾느냐는 것. 이들은 공개적으로 인력을 구하지 않는다. (홈피에서). 대신 커뮤니티를 이용하지. 지원하려는 회사가 이 리스트에 있나 체크는 해 볼 수 있지만, 이들이 구하고 있는지는….

Working on the final project

지난주 목요일 튜토리얼에 션한테 가서 신나게 떠들긴 했는데, 사실 거기서 또 진행이 안된다. 그래도 튜토리얼이란게 있으니까 억지로 약속잡고 압박감에 괴롭혀지다 보면 튜토리얼 삼십분전엔 뭔가 그래도 억지로라도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 만약 안했으면 아무것도 진행 안되었을 것보단 낫다. 아무튼 열심히 떠들고 나서는 마치 뭔가가 될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션도 좋은 얘기만 해주고 듣고 확인하는데만 그친것 같다. 물론 좋은 얘기들을 해주긴 했지만 별다른 크리틱이 없는것으로 보아서 ‘잘하고 있어’보다는 본인이 바쁘니 ‘그래, 큰 기대는 안하지만 그래도 뭔가 하고있는 것 같군. 그래 열심히 해서 시간안에 끝낼 수 있기만을 바래’라며 그저 격려가 최선이라고 생각한 느낌? 아무튼 나는 현재 Merin Coverly의 “Psychogeography”와 Ian McKay의 “Writing on Psychogeography”라는 두권의 조그만 책들을 빌렸다.
psychogeography books첫번쨰 책인 Managing Media Work이 각종 수치와 업계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데 반해, psychogeography책들은 일단 모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고, 개념적인 부분이라 완전히 어렵다. 책이 얇아서 쉽게 읽힌것 같았으나 첫번쨰 책보다 더 어렵게 읽히고.. 자꾸 멈추고 머릿속에 안들어온다. 사실 그보다 더 문제는 시간을 들여 이 책을 읽고있는게 쓸모있는가 하는 자문인다. 이에 대한 확신이 없다보니 읽으면서 자꾸 시간낭비하는 것 같고 불안해서 책이 머리에 안들어온다.

A Wedding Sinner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의 자유’에 근거하여 결혼이 성립함을 선언합니다.

소영의 결혼식에서 담당 오피서가 절차에 따라 선언군을 읽는 과정에서 ‘결혼의 자유’란 말이 참 인상깊었다. 처음 시작부터 “이 결혼은 ….법과 …..법에 의거하여 …” 이런식으로 구체적인 법조항과 이름을 이야기할 정도로 결혼은 법적인 관계이다. 이 결혼할 자유라는게 대체 어디까지 해당되는가, 게이인 내 머릿속에서는 빠르게 소용돌이 쳤다.

사랑하는 이성과의 일부일처로 결혼하는 것은 가장 보편화되고 일반적인 형태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여기에서 인종, 국적, 나이를 초월하여 사랑한다면 결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성별은? 숫자는? 영국은 그동안 가져왔던 Civil Partnership에 이어 작년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웨일스가 적용중이고, 북아일랜드는 아직 논의중이다. 다만 아일랜드에서는 올해 국민투표로 합법화를 결정, 현재 진행중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성별 혹은 성적지향에 관계없이 사랑한다면 결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숫자는 어떨까. 분명 사랑하는 두 사람외에 세사람, 네사람이 한 쌍으로 결혼한다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얼마전 태국에서 게이남성 3명이 결혼식을 올린다며 웨딩사진을 공개했었다. 또한 Noodles and beef라는 미국의 게이남성과 그의 세 파트너들은 BDSM 취향의 함께사는 life partner로 보인다. 그 외에도 내가 간접적으로 겪은 바에 의하면 세상엔 일부일처 외에 다른 형태의 결합도 존재한다. 과연 이것이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보호된다면 숫자상의 제약은 없는가? 소수자의 인권은 그들이 모여 가시화가 되었을때만 운동을 통해 논의가 되고 보장받게 된다. 그런점에서 봤을때 아직은 가시화가 덜 되어서,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부일처외에 너무 익숙해져만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지만, 한편으론 영화에서도 일대일 이상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점차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몽상가들, 8sense, heartbeat 등 대부분은 시각적 이미지, 혹은 안전장치를 동반한 비현실적 설정을 통해 조심스럽게 보여질 뿐, 본격적인 관계를 논하는 작품은 아직 없다. 다만 “아내가 결혼했다.”는 최초로 그 관계에 의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의미있지만, 결혼식으로 끝난 열린결말로 인해 진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이도 안전장치-) 게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혹은 종교(라엘리안?)를 통해 일부 적극적인 움직임도 포착되므로 논의하기가 시기상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생각해보자.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에서 보듯이 현대의 ‘가족’이란 개념은 점차 약화된다. 정말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집단만이 가족인가 생각해볼 문제이다. 후기산업화 이후 계속된 사회급변속에서 여러 이념들이 사실은 부분적으로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 상충지점을 해결하려다 보니 많은 개념들이 모호해지게 되었다. 동성결혼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만약 가족의 개념이 좀 더 확장될 수 있다면, 사회적 변화로 인한 사실상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을 구성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다양한 형태의 대체가족 형태의 필요성이 조금씩 대두되고 있다. 앞으로 이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가족보다는 일종의 최소단위/혹은 기본단위 ‘공동체’형태로 발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데, 이에 이르면 혼인 당사자의 수를 제한과 충돌하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덧. <가족의 탄생>이 각각의 커플을 통해서 대체가족 형태를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적으로 진행되는 그들의 스토리-심지어 꽤 재미있다-를 통해 대체가족의 구성이 매우 설득적인데 반해, <아내가 결혼했다>는 기본적으로 문제제기에 기반하여 인물의 코미디만을 그린점이 소위 상업소설, 상업영화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쉽다.

Privilege (2)

Han is also a fairy privileged person. 그는 중학생때 학교가 지겨웠고 외국에 나가고 싶었단다. 인도네시아로 이사가는 조부모를 따라 인도네시아에 가고싶어했으나 부모님이 반대했고, 그래서 선택한곳이 영국. 어머니께서 학교도 보내고 모든것을 다 어레인지 했다고. 그래서 영국에와서 학교 잘 다니고 옥스포드까지 가서 수학을 전공했다. 게다가 당시엔 영국 거주기간이 10년이 넘으면 자동으로 국적취득이 가능하다고 해서 현재 영국인이 되었다. 76년생이니…

자신의 Privilege를 인식한다는 것은 자신이 만약 다른환경에서 태어났더라면, 미처 선택하지 않았을 그런것을 포함하는 건 아닐까. Han의 경우 그런 부유하고 능력있는 집안이 아니었다면 해외에서 학교 다닐 생각을 꿈도 못 꾸었겠지. 아니 꾸지 않아도 부모님이 만든거니까. 지금와서 생각하면 어머니가 잘 한거라고 생각한단다. 즉 자신의 결정이 아니었던 것. 그리고 자신의 결정이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감히 생각을 해도 될만한 환경이었던 것은 모두 privilege에 속한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고생해서 이뤄낸거야.라고 맘먹으면 결국 모든 공을 자신에게 돌리고 자수성가로만 생각하게 되니까.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부류의 애들은 다른이들이 자신처럼 못하는 것에 대해서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것. 더 나아가 그것을 그 개인의 능력부족으로 여기고 비난하고 얕본다는 것. 방배동키드가 딱 그런 타입.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고, 신기하게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 이면에는 깔봄이 기본적으로 묻어져 있더라. 만약 내가 우리집이 아니라 다른집에 태어났다면, 계약직을 못벗어나고 시간은 많이 뻈기고, 저축과 미래가 불가능한 연봉을 받는 상황에서, 유학이라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분명 아니다. 그러므로 이건 privilege다.

그러니 자신의 privilege를 인식 못하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이해감수성이 확연히 떨어진다. 다른이들이 왜 자기는 했던, 아니 할 수 있었던 것을 못하는 지. 이해를 해야한다.

Reading a book

요즘 한창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Naked City: The Death and Life of Authentic Urban Places라는 책인데, 사실 지금은 책이나 읽고있을 한가한 타이밍이 아니다. 이 책은 이미 1학기때 다 읽었어야 한다. 그런데도 왜 지금에와서 책을 읽고있느냐면… 책읽기가 너무 힘들어 연습중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 고백하자면 영어로 된 책을 읽는게 도무지 어렵다. 아니 사실 언어에 상관없이 책읽는것이 너무 어렵다. 어제 James와도 이에 대해서 얘길 나누었지만 난 어렸을때 무척 책읽기를 좋아했고 (물론 읽기 쉬운 판타지 소설이지만) 1시간에 책한권은 읽어버리곤 했다. 그런데 꾸준히 책을 보는것조차 힘들다.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사실 영어공부도 할 겸 발음 연습도 필요해서 직접 소리내어서 읽었는데, 시간을 재어보니 엄청 빨리 읽은건데도 2페이지 읽는데 10-13분 정도 걸리더라. 그러면 Chapter 1이 14장(28 pages)이니까 140-182분, 2시간 20분-약3시간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확실히 입운동도 되고 소리내어 읽는게 조금은 재미있다. 어떤때는 그게 이해가 더 잘되기도 한다.) 하지만 금방 지치고 쉽게 피로해져서 눈으로만 읽게 되는데 그러면 한 2페이지당 5-8분 정도 걸리더라. 그러면 2장이 16장(32 pages)이니까 80-128분 정도 걸린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꾸준히 죽- 읽지를 못한다는 것. 처음엔 한장 읽고나서 너무 지쳐서 딴짓을 해야만 했다. 라인 레인저스 게임을 한다든지 페북이나 트윗터를 키게 되고, 그러면 책읽는데는 겨우 10여분 써놓고 트위터나 페북으론 거의 1시간을 넘게 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니 사실상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렸을까. 처음에 인트로덕션을 읽다가 건너뛰었지만 첫날, 둘째날동안 겨우 Chapter 1을 읽었을 뿐이다. 그러곤 나가 떨어졌다. 오늘은 Chapter 2를 하루안에 다 끝내읽었으니 꽤 진전이 있는 셈이다. 물론 오늘은 도서관에 와서 처음엔 집에서 소리내서 읽다가 도서관에 와서는 눈으로만 읽어서 빨라진 점도 있다.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니까 조금 더 집중이 되고. 처음에는 책읽는 시간을 좀더 효율적으로 쓰고싶어서 게임을 오토모드로 돌려놓고 했으나 중간중간에 버튼을 눌러줄때마다 집중력이 확 깨지는 느낌이어서 겨우 겨우 접었다. 읽는 동안에도 한켠에 최소화 시켜논 창마냥 신경이 쓰이고 적당한 타이밍이 되었다 싶으면 책에서 눈을 떼고, 그 순간 읽고있던 내용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다시 책으로 돌아왔을때는 어디 읽었는지, 무슨 내용이었는지 머리속이 새하앴던 것이다 사실 이 게임은, 게임을 전혀 안하던 내가 어느순간 현실도피를 위해 괴로움을 잊고자 하던것이었는데 이제는 정말 중독 지경이다. 돈은 안쓰고 있지만 게임내에서 플레이하는게 아니라 마치 끝도없는 개발자와의 무한한 (질수밖에 없는) 게임하는 것 같아서 끊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다시 돌아오면, 조금씩 방해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시간을 계산해보고) 좀더 큰 목표를 가지고 조금은 전투적으로 책읽기에 임하니 약간 향상된 것 같다.

사실 고백하는데 여지껏 영어로 된 책을 한권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영국오기전에 1984를 원서로 읽었엇는데 사실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했을뿐더러 일단 한번 끝내는데 의의를 두고자 했었다. 겨우 끝내긴 했으나 사실 원서가 아닌 아주 얇은 요약본이었고, -나는 단편소설인 줄 알았다.- 후에 펭귄북스의 오리지널 1984를 -표지가 아주 환상적이다.- 갖고있으나 아직 못읽어봤다. 읽을게 넘쳐났던 첫학기에도 대부분 발췌록이기때문에 책한권이라 볼 수 없고.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잘 읽지도 않았다.- 에세이 쓰면서도 책을 뒤져가며 발췌하기에 바빳지 한권을 통째로 읽을 여유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훑어서 발췌하는게 맞다.) 게다가 그때는 읽는 속도도 엄청 느렸고 이해도 안되었으며 내 영어가 전반적으로 형편이 없었다.

이해도 면에서, 처음에 이 책을 읽을때는 이해 못하더라도 읽단 영어공부 한다는 느낌으로 소리내어서 읽고 한문장 한문장 다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대신 원어민이 자국어 책을 읽는 속도에 가깝게 속도를 내는데 촛점을 두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조금 복잡하거나 어려운 문장들은 소리내기에 바빴으나 일부는 소리내면서 좀더 문장내 구조가 자연스럽게 보였고 (왜냐하면 숨을 쉬어야 하므로 적절한 곳에서 멈추어야 하니까.- 어디가 쉬어야 하는지 찾는게 포인트) 이해를 못하더라도 보고 + 듣고 지나치므로 완전하게 이해는 안되더라도 대충 무슨 얘기하는지는 알 것 같았다. (물론 이는 글의 종류나 서술법, 글쓴이의 스타일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 그러다가 오늘에 와서는 확실히 한결 더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독하게 마음먹고 임하니 살짝 쫓기듣이 읽으면서 좀 더 끈덕지게 앉아있을 수 있었고 한문장 한문장 보다는 조금 더 전체적인 맥락이 보였다. (그러면 디테일은 생략할 수 있게 된다.)

도시(London)에 관한 주제를 하기로 마음먹었기에 이 책을 선택했지만 사실 지금에와서 이 책을 읽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이 책은 뉴욕의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한 책으로 아주 훌륭한 책이지만 나는 뉴욕은 커녕 미국에 가본적도 없고, 오히려 런던의 이슈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왠지 이 책을 읽으면 자신감이 생겨서 다른것도 속도가 붙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차피 지식차원에서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것이긴 하다. -비록 하나도 기억을 못해서 그렇지. ㅠㅠ

종종 드는 생각인데, 차라리 다른 전공-이론 공부-을 택했으면 왠지 더 잘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으뜸형처럼? (물론 그게 만만해 보인다는 얘기가 아니다.) 차라리 나와는 관련없는 어떤 연구된 학문에 대한 지식과 이론을 습득해서 그걸 가지고 뭔가 하는거면, 그러니까 다른말로 남얘기하는거면 그냥 열심히 책읽고 기억하고 생각해보고 해서 할 수 있을텐데, 지금 내가 하는것은 정말로 내 미래를 설계하는거니까, 망해서도 안되고 잘해야 되고 그러니 조심스러워지고 또 극단적으로 막막해진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내가 얼마나 나약하고 한심한 얜가를 절절히 깨닫고 있는데도 뭔가 안된다. 모든게 스스로에게서 나와야 한다는거. 사실 모든 학문이 똑같고 결국 자기 앞가림-수입-걱정을 하기 마련이지만 지금 하는게 어쨋든 내게는 필요할 것이고 해야하는 것이다. 다른 이론학문에 비해서 많은지식이나 성과를 내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이 코스를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게 만드는 무언가 혹은 스스로의 발전, 깨닳음을 얻지 않으면 정말 후회로만 끝나고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이다. 사실 MA Filmmaking이 계속 눈에 밟히지만 그 전공이 시작학기가 바뀌느라 지금은 학생이 없는 기간이라 어차피 불가능했던 것이고, 어떤 코스를 택하든 분명 기회비용처럼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일단 이 전공을 선택한게 후회로 끝날 수 도 있지만, 후회가 아니려면 이 코스를 안했을 나와 비교해서 뭔가 얻어가야 하겠다. 횡설수설…

Privilege

최근 워쇼스키 남매의 Netflix 드라마 Sense8을 마지막까지 다 보았다. 워낙 만화같아서 여러가지가 기억에 남는데 그중 정말이지 무릎을 탁 쳤던 장면이 하나 있다. 아이슬랜드 출신 런더 DJ인 Riley가 고향인 Reykjavik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케냐 나이비로의 Capheus와 교감하는 장면이다. (Sense8의 8명의 주인공들은 서로 공감각을 교류하고 소통할수 있다.)

비행기에 타본적 없는 Capheus는 비행기를 탄다는 것에 매우 놀라워하며 Riley를 ‘lucky’하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그녀는 그것이 lucky가 아니라 privileged라고 표현한다.

살면서 자기가 가진것,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privilege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privilege에는 어느정도 절대적인 사회적 기준이 있는가 아니면 완전히 주관적인 것일까. 나같은 사람도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privilege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있는거 아닌가.

유학생의 신분으로 가장 고민이 되었던 건, 과연 내가 유학을 올만한 사람인가. 예전에는 유학이 소위 똑똑한 이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아마 90년대 이전?) 이미 90년대부터는 부유층, 중산층의 필수코스(privilege)처럼 되어버렸고, 2000년대 들어와서는 없어서라도 털어서 다녀오면 국내에서는 ‘-체’하기 좋은 그런 것이었다. 임근준씨 말처럼 이등도 아닌 3등시민 행세하다 국내에 들어오면 금의환양한 아들(딸)이 되어버리니 한국사회에서 그보다 더한 신분세탁이 어디있을까. 하지만 지금에와서는 너무 흔해졌고 유학비용은 절대 거둬들일 수 없는 투자가 되어버린지 오래. 기껏 유학다녀와 취업하는게 목표였고, 이미 기업체에는 이미 경영진과 인사과가 유학파인 바 그 실상을 앎므로 오히려 외면까지 하는 실정.

그러나 유학은 한편으로 ‘본인이 가는’게 아니라 ‘부모가 보내주는’ 것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본인 입장에선 손해볼 것이 없는 셈이다. 그리고 아무리 못하더라도 ‘안간’것 보다는 ‘갔다 온’게 뭔가라도 더 이득이니까. 그런면에서 내가 여기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그 가치와 위상이 아무리 하락했다 하였더라도 여전히 privilege로 간주된다. 유학생의 숫자가 아무리 늘고 흔해졌어도 역시 다수는 아니기 때문에.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4/06/14/0601010100AKR20140614049200073.HTML

기사를 보면 2014년에 한국은 중국(약 69만 4천명)과 인도(약 18만 9천명) 다음으로 약 12만 3천명으로 전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를 고려할때 비욜로 치면 한국은 미친듯이 많은 숫자인 셈이다. 이 수치는 대학이상 1년과정에 등록한 학생수이고 초중고 및 어학연수 등까지 모두 합치면 이보다 더 많다.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534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매해 약 20-25만명 이상이 해외유학을 경험한다. 물론 이중에는 대학과정으로 3-4년 장기간 수치에 중복되는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매년 최소 20만명이라 가정할 때, 90년부터 최소 25년간 약 500만명 이상은 유학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인구 5000만으로 봤을떄 약 10%의 비율로 해외유학경험이 있다는 것. 실로 엄청난 수치다.

하지만 이 가치가 현저히 하락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대다수는 유학경험이 없는 이들로서 유학은 여전히 Privilege로 작용한다. 그런면에서 내 능력이 아닌 재가 태어난 집안과 환경에 따라 얻은 혜택이므로 이는 분명 privilege로 보는게 맞다. 물론 그렇게 얘기하기에는 최초 어학연수로 온 경비는 전부 자비로 부담했으며, 이를 통해서 얻은 자격으로 오퍼를 받고 학비만 부모님으로부터 빌렸을 뿐, 생활비는 또 직접 해결한 녹록치 않은 유학생활이었지만, 만약 내가 부모님이 당신들의 인생을 통해 그정도의 자본을 축적해놓지 않으셨다면 과연 내가 이를 계획이나 할 수 있었을까. 만일 누군가처럼 부모님의 혜택을 입는게 아니라 반대로 내가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당연히 불가능했으리라. 이런면에서 대단치는 않아도 privilege라는 것을 인식하는데 있어서 주저할 수는 없는것이다. 다만 이 privilege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는 계속 문제로 남는다. 이를 온전히 나의 소유로 인식해도 되는것인가. 아니면 이를 사회적 관점으로 인식하여 무언가를 나누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져야 하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히 전자가 옳겠고, 후자는 공산주의 관점이라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웃긴것은 한국에서는 분명 자본주의를 인정하면서 후자의 개념이 ‘바람직’하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전반적이다. ‘공산주의’관점이 아니라 베풀지 않고 혼자 잘나가는 것에 대해 고까와 하는 심정에서 기인된 것이라 본다. ‘사회적 재분배’적 관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유학생’ 계급을 사회 특권층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제도적(?) 혹은 양심적 과세로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이념인데, 떨어질대로 떨어진 특권에서 유학생은 어느새 사회적 정의에 대한 ‘악’의 축으로 인식되어지기도 한다.

내가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생각해본다. 기본 동기는 순수한 자기발전과 경험에서 출발했다고는 하지만 분명히 privilege를 고려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었을 뿐, 막연한 기대는 했던것이 사실이다. 만약에 내 여건이 좀 더 나았다면 유학따윈 걱정 안했을 텐데,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니까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은 마치 유학처럼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에 와서는 유학이 답이 아닌건 분명해 보이지만, 내가 못잡았을 뿐, 새로운 기회인건 분명하고 무엇보다 금전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실제로도 이를 정확하게 산술화하는것은 불가능하지만) 절대로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내 경우에는 기회비용에 대한 어떠한 미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그러기에 내가 실력면에서, 재능면에서, 아이디어 면에서, 금전적 면에서, 언어적 면에서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약 1년이 가까워지는 이시점에 생각해보면, ‘내가 가졌던 privilege로  이제 무엇이 되어있는가’가 질문이다. 과연 나는 그것으로 무슨 결과를 냈고 무엇을 만들어내었는지. 그 기간과 나의 performance가 적어도 내 스스로에게 평가되어질 것이다. 과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tension

지난주 공식적으론 마지막 클라스. 지난학기 과제였던 비즈니스 플랜에 대한 피드백과 함께 온라인으로 성적이 발표되었다. 피드백은 그냥 오피스에서 찾아오기만 하느라 읽어보진 않았는데, 집에와서 온라인으로 먼저 확인을 해보곤 믿을 수 없었다. Fail and retake. 와 정말 페일이라는게 이렇게 나오는 거구나. 피드백도 읽어보니 전부 poor이하. 엉망이었다. 읽는게 너무 괴로워서 중간에 몇번이고 멈추었다. 물론 이게 그렇게 잘 되지 않아서 나도 대충 한 부분은 있다. 하지만 그 전까지 이론수업에서는 에세이들이 많이 부족했느데도 생각보다 점수를 잘 받았고, Siân도 모두 졸업 할거다, 페일해서 졸업 못할거 같으면 미리 알려준다 했기에 늦어지는 피드백에도 문제 없겠거니 생각했다. 진짜 너무나도 충격이라 이틀정도는 정말 넋이 나간듯 했다. 오피스에 연락해봐야지 하다가 결국 이틀뒤인 금요일에 용기를 내어 디렉터에게 메일을 보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거나 너무 예상과 달라 충격일때 나는 종종 손을 놓아버리고 아주 수동적으로 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걸 고쳐보려고 했다. 엉망일때 힘을 내서 뛰어들어 상황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성격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메일을 보내자마자 자동메세지로 부재중이라 다음주 연락이 올거라는 메일이 왔다. 그래서 조교인 Audrey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녀는 친절하게 retake 날짜를 알려주며 다음주중에 Siân이랑 관련해서 튜토리얼을 잡아야 한다고 가능한 슬롯을 보내주었다. 다음주 목요일 전부가 가능했는데 여기서 또 내 문제가 작동하더라. 30분 간격의 그 많은 슬롯중에 어디를 택해야 할지 아득해졌더랬다. 나도 그날 아무일도 없어 모든게 다 가능했는데, 그럴땐  언제를 택해야 하는지, 심지어 그 날 나의 심리상태가 어떨까, 일찍보는게 좋을까 늦게보는게 좋을까. 일찍 일어날까? 점심이후에 보는게 좋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들을 떠올렸다. 너무나 한심해서 바로 답을 못보내고 조금 지난후에야. 그래 그냥 아침일찍 보고 학교에 남아 도서관에서 뭘 더 하든지, 문제가 있음 다시 찾아가든지 하게 첫타임으로 하자 해서 11시에 하겠다고 메일을 보냈다. 역시 바로 확인메일을 보내줬다.

다음날 토요일, Siân에게 메일이 왔다. Audrey가 수요일 전에 연락을 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그리고 retake는 18 September거나 내년에 내는거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며 자세한건 튜토리얼때 말하자고 했다. 주말임에도 확인해서 보내준 Sian이 고마웠지만 뭐라고 답장을 할 수 없었다. 그냥 간단히 알았다 고맙다고 대답했으면 되었을 것을 왜 나는 뭐가 두려워 즉각 대답을 못하는지. 알수없는 두려움과 걱정이 나의 가장 큰 문제다.

First Marker says “You have selected a very difficult market to reach.” 그렇다. 인맥으로 먹고사는 미술관들, 그것도 전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런더 미술관들이 마켓이니 아무 인맥도 없는 나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던 것이다. 나도 무리수인줄은 알았지만 어떡하나, 할 줄 아는게 그런거 밖에 없는데. 하면 할수록 스스로에 대한 무능력과 자괴감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더이상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고. 어쩌면 좋단 말인가. 물론 그게 이 피드백에 대한 모든 문제는 아니지만, 마켓 리서치나내 플랜에 대한 서포팅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게 문제였다. 오로지 내 머리속으로 그려낸 것들로만 이루어져있다는 것. 변명을 하자면 초반에 갈피를 못잡아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 사실 내가 무얼 하고싶은지 큰 마음도 없었고 따라서 어쩔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이 결과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그냥 지난학긴 모든게 악몽이었다. 그리고 그 악몽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Second Marker says “While both tracks of your business idea seem achievable, it is not clear how you will get there.” 결국 이건 마켓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제시하지 못한 서포팅에 대한 문제다. 하지만 난 그럴 자신이 없었다. 스스로에게도 확신이 없으니까. 대체 내가 하고싶은거라는 건 뭘까? 그냥 뮤비나 하고 프로모션 비디오나 하면서 근근히 먹고 사는거? 좋아하는 거 하는거? 얄팍한 기술만 가지고, 그것도 시간이 지나 쓸모없어진 오래된 테크닉만 지닌 늙은 퇴물이 된 기분인데. 과연 무얼 할 수 있을까? 점점 미래가 두렵고 답답해진다. 빨리 변화하는 인더스트리라 그 변화를 못따라잡고 발을 담그자마자 휩쓸려간 느낌이다.